평창올림픽 경기장 문제, 올림픽 유산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장으로 사용될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 이미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 홈페이지

평창올림픽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 모색, 강원도 책임 원칙 하에 이뤄져야 

올림픽 성화가 평창을 향해서 전국을 도는 가운데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축제 분위기도 서서히 나고 있다. 2018. 2. 9. 개막식이 축제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그런데 한편에선 평창동계올림픽 이후의 경기장 운영과 관련하여 사후 활용을 걱정하는 여론이 있다. 운영관리 주체가 결정된 경기장들도 제대로 활용돼 고정 운영비를 감당할 수익을 낼지, 아직 운영관리 주체를 찾지 못한 스피드스케이트장 등은 평창동계올림픽 이후에 애물단지가 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사후 활용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근심의 기저에 깔린 것은 ‘올림픽 유산(Olympic legacy)’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의 경기장으로서 본래의 용도로 오래도록 스포츠 유산으로 남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개최의 효과로 내세우는 ‘올림픽 유산’과 관련한 여러 사정을 보면 그러한 희망이 실망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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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유산(sporting legacy), 사회 유산(social legacy), 환경 유산(environment legacy), 도시 유산(urban legacy), 경제 유산(economic legacy)의 다섯 개 카테고리로 구성된 ‘올림픽 유산’ 개념을 IOC가 주창하는 이유를 알 필요가 있는 이유다. 2000년대에 들어서 올림픽대회 개최의 과다한 비용 문제와 개최 이후의 경기장 유지의 재정 문제로 올림픽 개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어나 올림픽 유치 후보 도시가 줄어들고 유치 신청했던 후보 도시가 유치 신청을 철회하는 등 올림픽 마케팅에 대한 적신호가 울렸다. IOC로서는 올림픽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대를 막고 올림픽 유치 개최의 타당성을 밝힐 마케팅 전략이 필요했다. ‘올림픽 유산’은 IOC의 올림픽 마케팅 전략 고민의 결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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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직시해야 할 문제는 '올림픽 유산' 계획이 실제 올림픽 개최 도시에 그와 같은 긍정적 효과를 보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IOC도 올림픽 개최지 선정 절차에서 유치 후보 도시들이 제출하는 ‘비드파일’에 올림픽 유산 계획을 담도록 하고 있으나, 기존 개최 도시들의 올림픽대회 이후 상황을 보면 올림픽 유산은 그야말로 계획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2016 하계올림픽을 개최했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현재 사정이 그렇다. 재정 문제로 올림픽 경기장들이 사실상 방치돼 폐허화가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IOC와 리우올림픽조직위가 올림픽 유산(도시 유산)으로 내세웠던 리우 급행버스라인(BRT)이 안전 및 노후 관리 문제로 폐쇄된다는 뉴스가 있었다. BRT 도로 등 건설에 2억4천백만 달러를 들였는데 폐쇄에 따른 버스 철거에 3천만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올림픽 유산 명분에 사로잡혀 리우 올림픽의 전철을 밟는 일은 없어야  


최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가  노선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BRT. www.wri.org

‘올림픽 유산’과 관련한 성공 케이스도 있다. 올림픽 유산 전략을 유치 계획 단계에서부터 적용한 2012 런던올림픽이다. 2004년 2012 올림픽 유치 신청 당시에 런던시는 낙후된 런던 동쪽 스트라포드시 올림픽 스타디움 부지와 주변을 2012 올림픽 개최를 통하여 개발하는 청사진을 내놓고 2006년에는 올림픽 공원 개발 마스터 계획을 공표하고 2010년에 이 개발을 시행하는 '올림픽공원 레거시 회사(the Olympic Park Legacy Company)'를 설립했다. 런던올림픽 이후에는 계획에 따라 개발사업이 진행돼 올림픽 파크 부근은 상전벽해의 신도시가 됐고 주경기장은 프로축구단의 홈경기장과 콘서트장 등으로 잘 활용되고 있다. 

우리와 브라질의 경제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강원도와 평창이 브라질 리우가 처한 것과 같은 상황에 맞닥뜨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영국 런던처럼 유치 단계에서부터 치밀한 올림픽 유산 방안을 고민하지 않은 강원도와 평창으로선 경기장과 관련하여서는 운용이 아닌 존치나 철거냐의 문제로까지 고민할 수 있는 각오가 필요하다. 관리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해 상당한 적자 운영이 될 바에는 차라리 경기장을 해체해 건설비용을 매몰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 낫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트장의 냉동 창고 활용 방안을 해프닝으로 무시한 반면에 공적 보고서나 언론 기사가 국내 관련 법령상 시행이 어려운 경기장 네이밍 라이츠(naming rights) 등의 방안을 마구 쏟아내는 모습은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 마련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국가 법 정책적으로 타당성이 결여된 경기장 소유권 국가 이전이나 관리운영 주체의 강제 이관을 법 개정을 통해서 하겠다는 발상은 국민적 지지를 얻기 어렵다. 올림픽 유산이라는 명분에서 벗어나 강원도, 강릉, 평창이 책임감과 주인 의식을 갖고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사후 관리운영 문제를 고민해야 할 이유다.  by 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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