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유러피언 슈퍼리그(ESL) 사태의 본질은 이것이다

 


FIFA-UEFA 카르텔이 ESL 카르텔의 도전을 진압했다

무산된 '유러피언 슈퍼리그'(ESL)의 사태의 본질은 유럽축구 메이저 구단들의 FIFA-UEFA 카르텔에 대한 일종의 도전이었다.  실패한 쿠데타였다고 볼 수 있다. 섣부른 작전의 실패일 수 있고, 아군을 만들지 못한 진영 전략의 실패일 수 있다. 

국제 축구는 'FIFA-Confederations-Federations-League'의 피라미드식 구조다.  국제 축구의 시스템은 이 구조에서 각 단계별 선수등록 및 관리, 팀 등록 및 관리, 대회 및 리그의 운영 등에서 위 주체가 각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이중적 독점(Dua Monopoly)이다. 카르텔(Cartel)이라고 할 수 있다.

위 카르텔에서는 누구든지 시스템에서 구축된 룰을 따라야 한다. 이 룰을 벗어나는 시도는 희생을 초래할 수 있다. 카르텔 주체가 인정하지 않는 대회나 이벤트를 만들기가 어렵다. 카르텔이 운영하는 리그나 대회에 조금이라도 해가 되는 제3자의 리그나 대회는 인정되지 못한다. 지금까지 그러한 시도가 있었으나 끝까지 성공한 것을 본 기억은 없다. 1948년 콜롬비아축구협회가 인정하지 않은 프로축구 리그가 출범하였고 높은 연봉 때문에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와 유럽 선수들이 진출하였으나 FIFA의 압력과 재정난에 의해 결국 1954년 끝난 별칭 '엘도라도' 리그가 기억난다.

1948년 콜롬비아 '엘도라도' 리그 실패에 이은 FIFA 카르텔에 대한 도전

FIFA와 UEFA, 심지어 영국축구협회(FA)가 내세우는 반대의 논거는 유럽축구의 역사적 전통이자 가치인 리그 승강제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ESL의 리그 포맷, 주축 멤버 15개 구단은 성적 순위에 관계없이 잔류하고 나머지 5개 구단만 들어오고 나가는 시스템이 승강제인 공평한 기회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승강제를 FIFA가 정관에서 각국 리그의 조건으로 정한 것은 맞다. 그러나 필수조건은 아니다. 권고사항일 뿐이다. 미국 프로축구리그(MLS)는 승강제 및 리그 등급(tier)이 없는 단일리그다. 호주도 마찬가지다. 승강제 없는 리그도 적지 않다. 그리고 승강제가 공평한 기회의 목적에서 도입된 것인가? 영국의 두 단일 프로리그인 Football Alliance와 Football League가 1892년 통합할 때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한 시즌 리그의 운영을 위해서 20여 개로 팀 숫자를 맞추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1, 2부리그를 나눴던 것이다. 한편, 승강제는 리그의 등급에 의한 결과로 오히려 상부 리그의 독점적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승강제 ESL 반대 논거로는 부족...축구산업 도움 되는지가 기준이 돼야

ESL이 내세우는 슈퍼리그 출범의 명분은 세계 최고의 클럽 간 및 선수들 간의 경기를 더 많이 만들어 세계 수준의 경기와 시설을 확보하고 확대된 경제적 수입으로 유럽 축구를 경제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코로나 사태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들이 챔피언스리그나 자국 리그의 수익에서 가져가는 몫이 자신들의 리그에서의 위상에 비해 적은 구조를 깨뜨리려는 메이저 클럽 소유주, 특히 외국 자본가들의 속셈을 희석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들의 의도가 슈퍼리그의 반대의 근거가 되긴 어렵다.

유럽 축구클럽 매출 순위 및 오너십 <출처: the Times>


문제는 슈퍼리그의 입장요금 정책이 지금의 챔피언스리그나 자국 리그에 비하여 유럽축구팬과 전 세계 축구팬의 경기장 접근을 더 어렵게 할 것인지, 우수 선수 영입 경쟁으로 선수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등 슈퍼리그가 유럽축구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FIFA, UEFA 및 FA 자신들의 독점적 구조는 괜찮고 ESL의 폐쇄적인 리그 구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략 실책으로 실패한 ESL, 전략 고쳐 다시 시도할 수도

FIFA를 정점으로 한 독점적 피라미드식 축구산업 구조가 국제 축구산업의 부흥에 일조를 하였고, UEFA가 주최하는 챔피언스리그나 EPL의 각 입장요금 정책과 중계권 정책으로 축구팬의 경기장 접근권과 이른바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는데 미흡하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유럽축구 산업에 부흥했듯이 슈퍼리그도 반대세력이 지적하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유럽축구 산업 성장에 일조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ESL의 반역은 슈퍼리그에 대한 경제적 및 산업적 효과에 대한 진지한 판단의 결과가 아닌 FIFA-UEFA-축구팬이 합작하여 ESL의 도전을 기존의 축구의 전통 가치를 훼손한다는 감정적 논리에 휩싸인 여론으로 단숨에 진압되었다. 

그런데 ESL 출범 좌절에는 ESL 메이저 클럽들이 FIFA-UEFA 카르텔의 힘과 축구팬의 감정을 과소평가하고 초반에 거창하게 슈퍼리그를 출범시키겠다고 한 전략상의 실수가 있었다고 본다. 파일럿 이벤트성으로 하여 우선 '마사지'를 하면서 FIFA-UEFA 및 축구팬의 '간'을 보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다. 축구팬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여 슈퍼리그 지지 팬을 확보하지 못한 점도 전략 실패의 하나로 보여진다. 그래서 메이저 클럽이 언젠가는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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