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본질을 파악 못한 미숙한 대응으로 헛발질한 것 아닌가


IOC 중재 요청은 사안 본질을 파악 못한 미숙한 대응

다음 달 개최되는 2020 도쿄올림픽의 조직위원회 홈페이지 성화 봉송로 일본 지도에 독도가 표시된 문제에 대해 정부(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지난 5월 24일 일본올림픽위원회(JOC)에 독도 표시 시정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고, 6월 1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중재를 요청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성화봉송로 지도를 육안으로 보면 독도가 표시되었는지 알 수 없고 '다케시마'라는 표기도 없지만 이 문제를 최초 제기하는 측에서는 독도가 표시돼 있다고 주장한다.

아무튼 정부의 문제 제기에 대한 일본 측의 반응은 '무시'였고, IOC도 "홈페이지의 독도 표기는 지리적 표시로 정치적 선전 의도는 아니다"라는 내용의 답을 보내왔다. 정부는 10일 문체부 장관 명의로 다시 서한을 보냈다고 한다.

IOC가 다시 답변을 하더라도 같은 내용의 답변을 할 것으로 보이고, 일본 측도 독도 표시 시정을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된다면 정부와 대한체육회의 대응은 무엇인가?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도쿄올림픽 보이콧 말고 마땅한 대응이 무얼까. 보이콧이 정말로 행해질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고 정부도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번 독도 논란에서 우리는 얻을 것 하나 없이 국제 스포츠계에 올림픽에 정치 이슈를 개입시켰다는 부정적 인상을 주었다는 것이다. 정부와 대한체육회가 무리수를 두었다고도 볼 수 있다. 왜 그런 무모한 대응을 하였을까.

논란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 소치다. 적절한 대응을 하려면 우선 논란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논란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면 대응에서 잘못 선택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정부 및 대한체육회가 일본 측에 시정을 구하고 IOC에 시정을 위한 중재를 요청한 것의 이유는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일본이 한국 측의 '한반도기'에 그려진 독도에 대해서 항의하였고 IOC가 삭제를 권고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도쿄올림픽조직위 홈페이지 지도의 독도 표시를 삭제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를 다루는 언론의 보도도 마찬가지다.

IOC Rule 50 올림픽 경기장에서의 정치적 언행 금지, 조직위 홈페이지 성화봉송로 지도 독도 표시는 해당 안 돼

평창동계올림픽 때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그 한반도기를 경기장에서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IOC 올림픽헌장 Rule 50은 아래와 같이 올림픽 참가자의 경기장 등에서의 정치적 언행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에게 독도는 실효적 지배 하의 우리 섬이라는 것은 당연하지만 일본이 국제관계에서 자신들의 섬이라는 억지 주장을 하는 관계로 독도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정치적 이슈임을 부정할 순 없다. 따라서 독도 이슈를 올림픽에서 제기하는 것은 정치적 언행에 해당한다. 올림픽 경기장에서 독도 이슈를 나타내는 언행은 Rule 50에 위배되고 징계를 받을 수 있다.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3.4위전 한국 대 일본 경기 종료 직후 한국대표팀 박종우 선수가 '독도는 우리땅' 표기된 플랜카드를 들다가 징계를 받은 사안이 대표적이다(아래 사진).

한국 박종우 선수가 독도 세레머니를 하고 있는 장면

그래서 평창동계올림픽 때에 한반도기 독도 표시에 대해서 일본 측이 항의를 하였고,  남북한,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 IOC 4자간 협의에 따라서 한반도기에서 독도를 빼기로 합의하였던 것 아닌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독도가 빠진 한반도기를 공동으로 들었던 이유가 그것 아니었나(아래 사진).

관련 기사 : 태극기→한반도기→'독도 빠진' 한반도기…女아이스하키팀 단복 변천사?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입장하는 장면

그렇지만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가 발표한 성화봉송로 지도에는 독도가 표시되었고 이에 대해서 일본이 문제를 삼거나 IOC가 삭제를 권고하거나 개입하지는 않았다(아래 사진). 성화봉송로 지도 등 올림픽조직위 관련 자료에 독도를 표시하는 것은 Rule 50에 위배되지 않기 때문이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가 제작공표한 성화봉송로 소개 동영상(캡처). 독도가 크게 표시되었다


정부나 언론이 IOC의 이번 모습을 지난 2018 평창동계올림픽때 보인 모습과 완전히 다르다고 보는 것은 이번 사안의 본질을 적확히 보지 못한 것이다. 도쿄올림픽조직위의 홈페이지 성화봉송로 지도에 독도가 표시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Rule 50에 위배되지 않고 IOC가 개입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IOC에 중재를 요청하는 것은 오히려 정치 이슈를 스포츠에 개입시킨 꼴이 된 것이다. 여기에 대한체육회도 덩달아 나선 것은 스포츠와 정치의 분리라는 국제스포츠법 제1원칙을 스스로 어긴 셈이다.

결국 외국인은 알지도 못하는 도쿄올림픽 조직위 홈페이지 지도 독도 표시를 이슈화시킨 정부와 대한체육회의 미숙한 대응으로 우리는 얻은 것 하나없이 다시 한번 국제사회나 스포츠계에 독도가 한국과 일본의 분쟁 영토라는 사실만 각인시켜 준 꼴이 됐다.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탓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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