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소트니코바 도핑 실언 또는 허언에 놀아나다

소트니코바가 어느 유튜브 채널에서 출연해 인터뷰하는 장면. 사진=유튜브 채널 캡처


2014 소치동계올림픽 여자피겨 싱글 금메달리스트 소트니코바(러시아)의 도핑 관련 발언에 대한체육회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소트니코바에 대한 도핑 재조사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내 언론과 여론은 소트니코바가 도핑 '자백'을 했다며 그녀의 금메달을 빼앗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소트니코바에게 아깝게 져 은메달을 딴 김연아에게 줘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안에 대한 해외 주요 미디어매체의 보도는 잘 보이지 않는다. 국제 스포츠계에서 예민한 이슈인 '도핑' 관련한 사안이고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금메달리스트의 발언으로 촉발된 것인데 말이다. 소트니코바의 도핑 관련 발언 논란을 애써 덮으려는 것인가. 아니면 보도할 가치가 없어서인가. 

먼저 국내 언론과 여론이 소트니코바가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인정했다고 해석하는 소트니코바 발언의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Sport.ru 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소트니코바가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도핑 논란을 겪고 있는 러시아 발리예바 선수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Recalling 2014, when after some time they said that they found doping in me, and I should have had a trial, and all this should have been. But then they acquitted me, because they opened the second sample, and everything was fine with me.

이를 문언 그대로 해석하면 '2014(소치동계올림픽)를 회고하면, 그들이 내(샘플)에게서 도핑이 발견됐다고 말해서 나는 시험을 해야 했고 시험이 이뤄졌다. 그러나 나는 (도핑)혐의를 벗었다. 왜냐하면 두번째 샘플을 열었는데 나와 관련한 모든 것이 깨끗했기 때문이다'

이 인터뷰 내용을 처음 인용한 해외 매체와 이를 받아쓴 국내 언론은 소트니코바 선수가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고 두번째 도핑 테스트에서 음성반응이 나왔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소트니코바 도핑 검사 양성 나온 적 없다

자 여기서 팩트체크가 필요하다. 소치동계올림픽 관련 소트니코바의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것은 사실일까. 지금까지 국제반도핑기구(WADA)나 IOC의 관련 자료에 따르면 소치동계올림픽 관련 소트니코바 선수 샘플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사실이 없다. 도핑 테스트에서 A샘플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면 선수 측의 요청으로 B샘플에 대한 테스트를 하게 되고 B샘플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도핑은 부정된다. 소트니코바 선수 A샘플에서 양성 반응이 있었다는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소치동계올림픽 후 전(前) 모스크바 연구소(the Moscow Laboratory) 소장 로드첸코프(Rodchenkov) 박사는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의 도핑 테스트에 대한 러시아 정부 측의 개입을 폭로한다. 그의 폭로로 러시아의 도핑 의혹이 증폭된 상황에서 2016년 5월 WADA는 러시아 선수 샘플에 손상등 인위적인 조작 시도 흔적 등의 조사를  WADA의 전직 독립위원회(Independent Commission) 위원인 맥라렌(McLaren) 교수에게 위임한다. 로젠코프 박사의 폭로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아래 영상)로도 제작됐다.



맥라렌은 2016년 7월과 12월 두번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낸다. 이른바 '맥라렌 리포트'라는 것이다. 두 보고서 다운로드는 여기서. 맥라렌 리포트는 소치동계올림픽 당시 러시아 선수들의 도핑 테스트 샘플에 훼손 흔적이 있는 등 러시아 측의 광범위한 도핑 회피와 은폐가 있었다는 내용을 담았다. 손상 흔적이 있는 샘플과 그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샘플이 누구의 것인지는 특정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맥라렌 리포트에 소트니코바의 샘플이 훼손되었다는 내용이 있다고 주장하나 사실이 아니다.

한편 IOC는 2017년 11월 소치동계올림픽 러시아 도핑 의혹에 대하여 전반적인 조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징계위원회를 통해서 반도핑규정 위반 혐의가 인정된 러시아 선수들에 대한 제재를 내린다. 소트니코바 선수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였다. 징계위원회는 맥라렌 리포트와 맥라렌 교수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출한 증거 서류,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채취한 샘플의 법의학 검사 결과와 IOC의 요청에 따라 수행된 동일한 샘플의 염분 분석 결과, 그리고 로드첸코프 박사의 진술서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소트니코바 선수의 반도핑 규정 위반을 입증할 만한 충분한 요소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소트니코바 도핑 무혐의 결정 났다는 USA투데이 보도

결국 소치동계올림픽 당시 도핑 테스트에서 소트니코바 선수 A샘플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적도 없고 도핑 의혹 관련해서는 반도핑규정 위반으로 보이는 어떠한 혐의도 없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소트니코바는 자신이 도핑 테스트에서 A샘플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해석할 만한 발언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소트니코바의 위 발언은 실언이거나 허언이라고 봐야 한다.

자신의 발언 논란 후 소트니코바는 그 의미가 도핑 테스트 A샘플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 아니라 샘플에 뭔가 문제(스크래치)가 있었다는 것을 전해들었다는 의미였다고 밝혔다. 

어쩌면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할 수 있는 소트니코바 실언에 앞뒤 살피지 않고 소트니코바가 도핑을 고백했다느니, IOC에 재조사를 요구한다느니 하는 반응은 냉정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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