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황대헌 선수 실격 '편파판정' 합리적 '의심'인가 (2부)

2022.2.7. 남자 1000미터 준결승전 코너에서 추월하는 황대헌 선수. 출처 sportskeeda

❷ 심판 판정 논란 오심을 넘어 편파성 주장 합리적 근거 제시해야


1부 : '심판 판정 무분별한 불복 스포츠 본질적 가치에 반해'에 이어서

황대헌 선수 실격 판정의 부당성 더 나아가 편파성이라고 주장하는 건 스포츠의 기본 가치인 '심판 판정 승복'과 관련한 것이다. 선수와 지도자는 심판 판정에 승복할 것을 약속하고 그 전제하에 경기에 참가하는 것이다. 스포츠맨십의 하나다.

그렇다고 명백히 부당하거나 편파 판정에도 승복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스포츠맨십과 스포츠의 가치를 고려할 때 편파 판정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오심의 수준을 넘어서 심판이 의도적으로 어느 선수(팀)에게 유리하거나 다른 선수(팀)에게 불리하게 룰을 적용한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전제되어야 한다. 황대헌 선수 실격이 편파 판정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실격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님이 명백함에도 심판이 의도적으로 중국 선수를 결승에 진출시키기 위해 실격 판정을 하였다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한 사실과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해당 심판 국제주심 9명 중 한명, 중국 선수에게도 실격 판정 내려

황대헌 선수 실격 판정을 내린 해당 심판은 영국 국적의 '피터 워스' Worth Peter다. 피터 워스는 2021-22시즌 국제빙상연맹 ISU  선정 주심 Chief Referee 9명 중 한 명이다. 심판으로서의 능력과 공정성이 인정됐다고 봐야 한다. 참고로 한국도 국제심판이 3명 있으나 모두 부심 Assistant Referee이다(아래 사진).

ISU 2021-22 시즌 국제심판 명단

황대헌 선수 실격 판정이 있던 경기 이전 경기인 여자 500미터 준결승 2조에서도 피터 워스가 주심을 봤는데 이 경기에서 중국 선수는 패널티 실격 판정을 받았다. 주최국 중국 선수에게도 피터 워스가 객관적으로 레이싱 룰을 엄중히 적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아래 사진).


'레인 변경' 실격 판정이 편파적이라고 주장, 사실은  '불법 추월' 반칙 판정

심판이 비디오 판독을 거쳐 황대헌 선수에게 실격을 내린 이유인 반칙은 '접촉 유발 불법 추월' illegal late pass causing contact이다. 이는 당시 경기 중계 방송 화면에서도 알 수 있다(아래 사진).

SBS 방송 화면 캡처

그런데 이 경기를 중계한 방송 3사 캐스터와 해설가는 황대헌 선수가 '레인 변경' 반칙으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거나 옷깃만 스쳐도 이러한 반칙을 주냐며  '말이 안되는' 판정이라고 지적했다(아래 방송). 멋진 추월을 했는데 레인 변경 반칙이 될 수 없다는 이러한 지적이 언론에도 실리고 이로 인하여 이득을 본 선수가 중국 선수라는 사실에 '반중 정서'가 강한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황대헌 선수가 실격 패널티 받은 illegal late pass causing contact 반칙은 ISU가 2020 시즌부터 새롭게 추가한 반칙 코드다. 2019시즌까지 스트레이트 구간 반칙에 추월 관련 코드가 없었으나(아래 사진 오른쪽), 2020시즌부터 스트레이트 엔드 구간에서 접촉을 유발하는 불법 추월(S6 코드)과 오프닝 및 클로징(S7 코드)을 반칙으로 추가했다(아래 사진 왼쪽). 코너 진입 구간에서 무리한 추월 시도로 접촉 내지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이로 인하여 슬라이딩이 발생한 경우 다른 선수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상황을 막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ISU가 제공하는 Infringement Guidance 중 아래 S6코드 설명을 보면, 스트레이트 엔드 구간에 먼저 도달한 선수에게 코너 주행의 우선권이 주어지고 뒤에 도달한 선수는 이동(move), 즉 추월이 금지된다. 만약 추월을 결심해 시도할 경우 접촉 없이 해야 하며 접촉이 일어난 경우 그로 인한 책임(패널티 실격)을 부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아래 사진).


금지된 추월을 하다가 '접촉을 일으켰는지'가 판정 당부당의 쟁점


문제의 코너 진입 전 스트레이트 엔드 구간에서 황대헌 선수가 중국 선수에 비해 뒤늦게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아래 사진). 그렇다면 리드하는 중국선수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지고 황대헌 선수에게는 추월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황대헌 선수는 추월을 결행했다.

MBC 방송 화면 캡처

심판이 S6 코드로 반칙 실격 판정을 내렸다는 것은 스트레이트 엔드 존에 중국 선수에 비해 늦게 들어온 황대헌 선수가 금지된 추월을 결행하는 과정에서 중국 선수와 접촉을 일으켰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쟁점은 과연 황대헌 선수가 중국 선수와의 접촉을 일으켰느냐다. 방송 영상을 보면 중국 선수와 접촉(중국 선수의 왼쪽 손이 황대헌 선수의 오른 발 무릎 뒤쪽과 접촉)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아래 영상).



문제는 중국 선수의 팔과 황대헌 선수의 무릎이 접촉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 황대헌 선수에게 패널티를 주는 것이 맞는지 여부인데, 관건은 중국 선수가 접촉을 의도적으로 야기한 것인지로 볼 수 있다. 그런데 ISU 반칙 코드 설명의 다른 코드 부분에서 암 블럭 Arm block이나 암 푸쉬 Arm push라 하더라도 방어적이고 비의도적인 사소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Protective or inconsequent small positioning) 반칙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 점을 보면, 중국 선수가 황대헌 선수 추월 과정에서 방어적 자세에서 손을 황대헌 선수 무릎에 갖다 댄 것으로 본다면 S6 코드 규정에 따라서 심판이 그 접촉의 책임을 금지된 추월을 시도한 황대헌에게 돌린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본다.

황대헌 선수가 코너 직전 구간에서 무리한 추월을 시도하다가 동일한 반칙 사유로 실격당하고 그로 인하여 피해를 본 선수에게 사과를 한 남자 500미터 준결승에서는 황대헌 선수가 다른 선수와 접촉을 한 것이 명백하게 드러나 편파 판정은 물론 오심 논란도 없는 것과 비교된다(아래 영상).


 

황대헌 실격 오심 의심 및 주장 가능, 편파 판정은 다른 문제


한편, 편파 판정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앞선 코너에서 앞선 중국 선수가 손으로 황대헌 선수의 무릎을 친 것이 반칙인데 이에 대해서 중국 선수에게 패널티를 주지 않는 것은 심판의 편파성을 더욱 의심하게 한다고 한다(아래 영상).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코너에서의 반칙 C3 코드 암 블락 'Arm block' 이 후 순위 선수의 추월을 방해하기 위해 손을 사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 선수가 황대헌 선수의 무릎을 칠 당시 황대헌 선수가 추월을 하려고 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경기를 중계한 방송사의 캐스터와 해설가는 황대헌 선수에게 적용된 S6 코드에 대한 설명은 없이 멋진 추월인데 실격 판정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하기에 바빴다. 경기 레이싱 룰을 잘 모르는 일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캐스트와 해설가의 주장을 믿을 수밖에 없는데 방송에서 편파 판정이라는 취지로 말하고 직후 언론에서도 동일한 보도가 쏟아지는 상황이니 황대헌 선수가 억울하게 편파 판정을 당한 것이라고 믿지 않을 수 없었다.

황대헌 선수 실격이 심판의 오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충분히 오심의 부분을 지적하고 그에 관한 합리적 의심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오심과 편파 판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더군다나 과연 오심인지 아닌지 어느 쪽으로도 단정하기 어려운 기술적 문제에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근거 없이 심판이 편파 판정을 했다고 한다면 억측이다. 더군다나 황대헌 선수에게 적용된 S6 코드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도 없거나 추월한 것만으로 반칙이 주어진 것처럼 알려져 스포츠팬들에게 편파 판정을 단정하게 하는 빌미가 됐다.

편파 판정은 국민감정법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 룰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 편파 판정 논란이 있으면 우선 경기 룰의 정확한 판단과 이해가 필요하다. 일반인들은 경기 룰의 해석과 적용에 문외한이니 방송 해설가나 전문가들이 도움을 주어야 한다. 방송 해설가나 전문가들이 냉정하게 판정 논란을 바라봐야 할 이유다. 그러지 않으면 편파 판정에 대한 국민 피해 의식이 계속되고 다음 국제대회에서도 편파 판정 논란은 재발된다. 

마지막으로, 한국 선수단이 쇼트트랙 한국인 국제심판까지 기자회견장에 내세워 심판 판정이 편파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해당 심판의 중립성에 관한 중대한 의무 위반이고 ISU 윤리규정 위반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해당 심판이 ISU에게서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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