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거버넌스 혁신] ❷ KBO 상벌위원회, 총재 자문기구 아닌 독립 심의기구여야 한다

 

2020년 5월 강정호 징계건 심의를 위해 소집된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 뉴스1

결정·집행권 없는 KBO 상벌위원회 존재 이유 없다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의 전반적 국제경쟁력은 세계 정상권이다. 국가 지원에 따른 선수 육성 및 스포츠단체 운영의 제반 환경이 양호하고 엘리트 체육의 국제 교류가 확대된 것이 기여 요인일 것이다. 그런데 선수 인권 보호 및 스포츠단체 운영의 선진· 합리화는 국제경쟁력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엘리트 체육 시스템의 개선과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스포츠단체 운영 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 그러한 관점에서 국내 엘리트 체육 및 프로 스포츠 거버넌스의 거시적·구조적 문제점을 알아보고 개선방안을 알아본다.

1편: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장 인준제 폐지해야 한다

2019년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와 관련하여 상벌위원회 위원인 어느 대학 교수가 특정 프로야구단이 발주한 용역사업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한 사실이 언론보도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프로야구단이 징계심의의 대상자가 될 수 있는데 상벌위원회 위원이 프로야구단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적절한지, 프로야구단 사업에 참여하면서 상벌위원회 위원직을 유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가 근본적으로 제기된 사안이었다. 상벌위원회 위원의 이해충돌 문제였다.

관련기사: [단독] KBO 상벌위원, 특정 구단 용역사업 참여했다

위원회 구성과 심의 공정성 보장할 규정 전무

이러한 문제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이유는 당시 KBO 규약 중 '상벌위원회 규정'에서 상벌위원회 위원장과 위원의 자격, 이해충돌 예방을 위한 징계심의에서의 제척·기피·회피 등에 관한 내용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징계심의 당시뿐 아니라 이전에 징계심의 대상자와 거래관계 내지 이해관계가 있었던 경우 심의의 공정성을 위해서는 적어도 해당 심의에 참여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나, 그러한 이해충돌을 방지할 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KBO의 현행 '상벌위원회 규정'은 당시 내용 그대로다. 아래는 2021년도 KBO 규약 중 '상벌위원회 규정'이다.


상벌위원회 위원장과 위원은 KBO 총재가 위촉하는 야구 관계인사로 하고, 소집에 관하여는 총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소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벌위원회 위원장과 위원의 자격 요건에 관한 내용이 없을 뿐더러 구성 및 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한 제도적 내용이 전무하다. 이는 제1조가 명확하게 규정하듯이 상벌위원회가 총재의 '자문기관'이라는 태생적 한계와도 무관하지 않다.

KBO 규약은 KBO 구성원의 규약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 여부의 권한을 총재에게 일임하고 있어 규약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에 관한 결정권과 집행권이 총재에게 있다. 총재 또는 상벌위원회에 영향력이 있는 자의 의사에 따라 규약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 여부가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구조적 문제와 상벌위원회가 심의기구가 아닌 자문기구라는 성격의 문제는 KBO의 사법적 기능을 총재의 독단과 자의에 의해 형해화할 가능성을 야기한다.

2017년 한 인터넷 언론매체가 KBO 회원 구단의 최고위 인사가 2013. 10.경 당시 현직 심판에게 현금 300만 원을 건넨 사실을 KBO 상벌위원회가 2017. 3. 28. 이를 확인하였음에도 심판에게 상당한 액수의 현금을 건넨 구단에 대해서 어떠한 징계도 내리지 않은 사실을 보도하면서 이를 숨겼다는 의혹을 제기한 적이 있다. 상벌위원회가 징계를 포기한 것은 총재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러한 KBO 사법적 기능의 불공정과 불투명은 위에서 지적한 KBO 상벌위원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봐야 한다.

관련기사: [단독] KBO, 심판 뇌물수수 사건 상벌위 열고도 덮었다

FIFA 개혁으로 윤리위원회 구성과 운영 독립성 보장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회(Independent Ethics Committee)의 변천이 바로 이 문제와 관련있다. 2006.에 설립된 FIFA 윤리위원회는 처음에는 그 기능과 역할에 있어서 집행위원회 등 FIFA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고 오히려 FIFA 주류세력의 반대파 제거에 일조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2013. FIFA 개혁 와중에 윤리위원회의 독립성 문제가 거론됐고 FIFA 개혁과 반부패비리 감시 기구로 독립성을 보장받게 됐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현재 FIFA 헌장과 윤리규정 등을 위반한 FIFA 관계자, 선수 등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 심의하고 징계를 결정하며 그 결정이 바로 효력을 발생함으로써 제대로 된 사법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리위원회의 조직과 기능상의 독립성이 보장되고 있는 것이다.

FIFA 윤리위원회에 대한 필자의 관련 칼럼: 정몽준 자르는 게 FIFA 개혁이라는 아이러니

국제투명성기구 스포츠 독점적 구조 대책으로 사법 조직 독립성 강조

국제 스포츠단체의 부정부패 스캔들과 관련하여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anatonal) 가 2016. 스포츠의 굿 거버넌스(Good Governance) 요건을 설명한  '스포츠 부패 보고서'에서도 조직의 독점성이 부정부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특히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사법적 기능을 할 조직의 독립성 보장이 이러한 독점적 구조를 없애는 것이라고 했다(아래 사진 표지). 



조직과 단체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확대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의 부정비리를 감시하고 위반 행위에 대한 사법적 제재를 내리는 역할을 할 기구의 구성과 운영이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특히 조사에 있어서 엄정하고 공정한 절차가 보장되어야 하고 결정은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직접 결정을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프로스포츠 종목과 대한체육회에서 사법적 기능을 담당하는 상벌위원회와 스포츠공정위원회가 구성과 운영에서 단체에서 완전히 독립하였다고 보기 어렵지만, 그래도 그 성격은 단체장의 자문기구가 아닌 심의기구로서 결정·집행권을 보유하고 있다. KBO 상벌위원회는 그 결정·집행권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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