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거버넌스 혁신] ❶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장 인준제 폐지해야 한다

 



회원종목단체장 취임 인준제는 구시대의 유물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의 전반적 국제경쟁력은 세계 정상권이다. 국가 지원에 따른 선수 육성 및 스포츠단체 운영의 제반 환경이 양호하고 엘리트 체육의 국제 교류가 확대된 것이 기여 요인일 것이다. 그런데 선수 인권 보호 및 스포츠단체 운영의 선진· 합리화는 국제경쟁력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엘리트 체육 시스템의 개선과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스포츠단체 운영 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 그러한 관점에서 국내 엘리트 체육 및 프로 스포츠 거버넌스의 거시적·구조적 문제점을 알아보고 개선방안을 알아본다.

제2편: KBO 상벌위원회, 총재 자문기구 아닌 독립 심의기구여야 한다

대한체육회의 전신인 조선체육회는 일제 시대 3.1운동 이듬해인 1920년 7월 13일에 창립되었다가 1938년 7월 4일 일제에 의해 강제해산되고 1945년 해방 직후 부활하면서 이름을 대한체육회로 변경했다. 당시 임의단체였던 대한체육회는 1953년 9월 임시총회에서 정관을 채택하고 인가절차에 들어가 1954년 3월 16일자로 사단법인 설립인가를 받았다('대한체육회 100년' 대한체육회 2020).

당시 사단법인 대한체육회의 정관을 보면 눈에 띄는 조항이 있다. 제3장 가맹단체 및 회원 중 제6조다. "가맹단체의 조직 및 운영은 본회의 감독 및 통제에 속한다." 대한체육회와 가맹경기단체의 관계가 '감독과 통제'인 것이다. 이에 관한 세부적인 규정은 확인이 되지 않아 '감독과 통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규율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종의 중앙집권적 구조라 할까 대한체육회와 가맹경기단체의 관계가 수직적 상하관계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대한체육회 사단법인 설립당시 정관 ('대한체육회 100년' 캡처)

대한체육회와 가맹경기단체(지금은 '회원종목단체'로 명칭이 변경됐다. 이하 회원종목단체로 함)의 수직적 상하관계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제도가 있는데, 바로 대한체육회의 회원종목단체장 '인준'이다. 정회원·준회원 회원종목단체가 선출한 단체 회장은 구비서류를 갖추어 체육회의 인준을 받아야 하고(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규정 제22조 제7항), 인준을 받아 취임한 후에 제26조 규정 임원 결격사유가 발생하거나 드러나는 경우에는 인준이 취소된다(제22조 제8항). 

대한체육회의 인준이 회원종목단체장 취임의 요건이 되는 셈이다. 회원종목단체장이 궐위된 경우 부회장 등이 회장 직무대행을 하려면 또한 대한체육회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제21조 제4항 전단).

이러한 회원종목단체장 인준제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대한체육회 설립 때부터 있었던 것인지는 당시 관련 규정들이 존재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초창기부터 시행된 것으로 보여진다. 

2020년 12월 아이스하키협회장 취임 인준거부 논란

최근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에 선출된 최철원 기업인이 10여년 전 사회적으로 지탄받았던 '맷값 폭행' 사건의 가해자인 사실로 협회장에 취임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2020년 12월 대한체육회가 일부 체육계와 정치권의 최철원 씨 아이스하키협회장 취임 반대를 의식해 바로 최철원 씨에 대해서 회장 인준을 거부해 그가 취임을 하지 못한 것이다. 국회에선 '최철원 방지법'이 발의가 되기도 하였다.


관련 기사 : 최철원, 아이스하키협회장 지위 확인 소송 사실상 패소

관련기사 : 최철원, 항소 포기… 대한아이스하키협회, 17일 회장 재선거

관련 칼럼 : 안민석 의원 대표발의 '최철원 방지법'은 철회되는 것이 맞다

엘리트체육 선수 육성과 단체 지원에 국민체육진흥기금 등 국가재정이 쓰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잘못을 저지른 자가 국민체육진흥법상 체육단체인 회원종목단체의 장에 취임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성과 당위성은 인정된다. 체육단체의 운영에 정치권을 비롯한 외부의 간섭이 지나치거나 영향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체육단체의 자율성 존중' 원칙은 차치하고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단체에 대한 국민적 요구일 수 있다.  

대한체육회-회원종목단체 관계 상하통솔 아닌 수평적 계약관계

그런데 그러한 요구와 대한체육회의 회원종목단체장 인준제의 필요성 및 정당성 여부는 별개로 봐야 한다. 대한체육회와 회원종목단체의 관계, 인준제의 취지, 범죄나 비리 경력자의 회원종목단체장 취임 방지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인준제의 존치보다 폐지가 타당하다면 폐지해야 한다.

우선 인준제의 목적 내지 취지가 무엇인지를 알 필요가 있다. 과거 엘리트체육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회원종목단체에 대한 '감독과 통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도입된 것이 인준제다. 그런데 감독과 통제는 대한체육회 소속 내부의 규율로서는 적당할지 모르지만 이제 대한체육회와는 별개의 독립된 사단법인이거나 단체인 회원종목단체의 관계에선 소극적으로 봐야 한다. 

사단법인에 관한 근거법인 민법 '법인편' 어디에도 사단법인의 이사에 관한 자격 요건을 두지 않고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사유로 정하고 있지도 않는 등 사단법인의 대표 선임에 대한 간섭의 여지를 두지 않고 있다. 사단법인의 대표의 자격이나 취임에 대해서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단법인 대표의 자격이나 취임 요건에 대해서는 사단법인이 자율적으로 정할 사항이지 국가나 외부에서 이를 규제할 수 없는 것이 법원칙이다.

IOC도 NOC(대한체육회장) 취임 인준이나 승인하는 제도 없어

대한체육회와 회원종목단체 사이의 관계는 대한체육회 제규정 준수를 조건으로 회원종목단체로서 활동할 권리와 의무를 약정한 계약 유사의 관계라고 볼 것이다. 회원종목단체의 운영 사항에 관한 한 상하관계라기 보다는 수평적 관계라고 봐야 한다. 그러한 관계에서 대한체육회가 회원종목단체가 스스로 선출한 대표 취임의 요건으로 인준을 두는 것은 법적 근거로서의 정당성이 부족하다.

대한체육회가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의 자격으로 가입한 국제올림픽원회(IOC)도 내부 규정으로 IOC가 NOC 대표 취임을 IOC가 승인 내지 인준해야 하는 것으로 규율하지 않고 있다. 

회원종목단체장 취임 인준제가 그나마 긍정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범죄나 비리를 저지른 인사가 단체장으로서 그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체육회 정관 및 회원종목단체규정과 회원종목단체 관련 규정에서 이에 관한 사항을 두고 있다.  

********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규정 
제26조(임원의 결격사유)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회원종목단체의 임원이 될 수 없다.<개정 2017. 8. 7., 2018. 10. 4., 2019. 5. 29., 2020. 10 .16., 2021. 10. 6.>
   1.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회장으로 한정한다)
   2.「국가공무원법」제33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3. 삭제 <2019. 5. 29.>
   4. 삭제 <2019. 5. 29.>
   5. 삭제 <2019. 5. 29.>
   6. 삭제 <2019. 5. 29.>
   7. 삭제 <2019. 5. 29.>
   8.「국민체육진흥법」 제2조제9호가목부터 다목까지의 체육단체 및 시·도 및 시·군·구 종목단체에서 재직기간 중 직무와 관련하여「형법」제355조 및 제356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으로서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상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사람 <개정 2021. 10. 6.>
   9.「국민체육진흥법」 제2조제9호가목부터 다목까지의 체육단체 및 시·도 및 시·군·구 종목단체가 주최·주관하는 경기의 결과에 영향을 주는 승부조작에 가담하여 「형법」 제314조 및 「국민체육진흥법」 제47조 및 제48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으로서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사람 <개정 2021. 10. 6.>
   10.「국민체육진흥법」 제2조제9호가목부터 다목까지의 체육단체 및 시·도 및 시·군·구 종목단체에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개정 2021. 10. 6.>
    가. 폭력 및 성폭력 등 성 관련 비위로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 처분을 받은 사람
    나. 승부조작, 편파판정, 횡령·배임으로 자격정지 1년 이상의 징계처분을 받은 사람
    다.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처분을 받고 그 기간이 종료되지 않는 사람
   11.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 <개정 2021. 10. 6.>
   12. 사회적 물의, 체육회와 체육회 관계단체로부터 징계는 받지 않았지만 임원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유사 행위 등 그 밖의 적당하지 않은 사유가 있는 사람 
   13. 체육회 이사회가 회원종목단체를 관리단체로 지정할 당시 해당종목단체의 임원이었던 자로 지정일로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지정일로부터 6개월 전까지 임원이었던 사람 포함) <개정 2021. 10. 6.>
********

임원 결격 제도 등 인준제 목적 실현 제도 충분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제26조 제1항은 임원 결격 사유를 정하고 있는데(회원종목단체 내부 규정도 같은 조항을 두고 있다)정관 등 제규정과 회원종목단체 정관 등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 국가공무원법 제33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및 체육단체에서 징계를 받은 사람 등은 회원종목단체 임원의 자격이 없다(회원종목단체규정 제26조). 회원종목단체 임원은 임원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서약서 제출 후 사실이 아닌 경우에는 즉시 해임되며 영구히 임원이 될 수 없다는 규정도 있다(제26조 제4항). 이 정도면 웬만한 범죄 경력이나 사회적 비리 경력을 가진 사람은 아예 회원종목단체장을 생각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권위주의 시대 대한체육회가 회원종목단체를 감독하고 통제하기 위하여 둔 회원종목단체장 인준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범죄자도, 비리 전력자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시대적 상황에서 인준제가 유지되면 10여년 전 과거의 범죄로 처벌을 받아 죄값을 치른 최철원 기업인이 아이스하키협회장으로 취임하는 것을 반대하는 일부 여론과 정치권의 눈치를 의식해 대한체육회가 억지로 인준제를 적용하여 인준을 거부하는 류의 '촌극' 내지 국민정서법이 헌법적 가치에 우선하는 일이 또 벌어질 것이다.

과거 대한체육회 회장이나 한국프로야구 KBO 총재가 취임하기 위해서는 문체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였으나 그 부당성 때문에 폐지되었는데, 대한체육회가 그러한 과거의 유물을 계속 갖고 있어야 되겠나.


 

댓글

인기 글

이용 안내(법적 면책 및 저작권 주의 고지)

이 사이트에 실린 내용은 LAW&S에 대한 정보 제공과 어느 사안이나 이슈에 대한 대표 변호사의 의견 또는 주장을 제시할 목적으로 제공한 것입니다. 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의견이나 주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어떠한 결과에 대해서도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아니합니다. 저희의 의견이나 주장과 관련한 사안이나 사건에서 어떠한 법적 해결을 원하시면 저희에게 법률적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이 사이트에 실린 저작물의 무단 전재나 복제를 금지하니 사전 승인을 얻어 이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