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 거래] ❷ MLB 서울시리즈 암표 매수인 보호받을 수 있나
쿠팡 티켓 거래 제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가
지난 1편에서 암표 거래에 관한 현행 국내법령 체계를 알아보고 그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한 문제점과 관련한 논란이 최근 발생하고 있다. 바로 3월 20일부터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 투어 서울시리즈 경기 입장권(티켓) 암표 거래 논란이다. 지난 1월 26일 대회 주관사이자 독점중계권자인 쿠팡이 쿠팡플레이 회원을 대상으로 티켓 판매 오픈한 지 8분 만에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는데 일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예매 직후부터 티켓 거래 관련 글이 올라오고 일부에선 티켓 가격이 1석 당 50 만원대에서 200 만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쿠팡이 암표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티켓 수령 및 경기장 입장 시에 구매자 및 입장객 신분증 확인을 강화할 예정이며 1인당 2장 이상 예매 시에도 예매자는 무조건 입장해야 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신분증과 쿠팡플레이 내 구매내역을 대조해 본인이 확인돼야 티켓을 발권'하고 '본인이 아닐 경우나 신분증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어떠한 경우에도 입장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결국 티켓 구매자=발급 수령자=입장객을 이뤄지게 해 암표 문제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현재 이뤄지고 있는 티켓 거래로 인하여 티켓을 소지한 자를 경기장 입구에서 신분증 확인에서 본인이 아닐 경우 무조건 입장을 거부할 것인지, 입장 거부로 인한 피해의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적지 않은 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관련 보도에 의하면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와있는 대부분의 MLB 서울시리즈 암표 거래는 계정 이동, 즉 '아이디 옮기기'라는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 보도자료 중 발췌. 적색 박스 표시 암표 방지 대책 안내 |
쿠팡플레이의 고육지책으로도 볼 수 있는 이러한 방침은 현행 암표 거래에 대한 법적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비롯한 측면도 있다. 현행 법체계상 암표 거래는 경범죄처벌법위반죄 또는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암표 거래로서 일명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다량의 표를 사재기하여 암표 매매를 하는 행위에 대하여 검찰은 업무방해죄로 공소를 제기하고, 법원은 업무방해죄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온라인상에서 아이디 옮기기라는 방법으로 암표를 거래하는 것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므로 경범죄처벌법위반이 되지 않을 뿐더러 업무방해죄가 성립할지도 논란이 된다.
필자의 관련 1편 칼럼: [암표 거래] ❶형사규제 법률 체계와 그 문제점
이러한 법률 체계상 미비와 실제 아이디 옮기기 방법으로 암표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마땅히 없다는 현실에서 티켓 구매자와 입장객의 신원을 대조하여 동일인이나 동반인으로 확인될 경우에만 입장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사전 경고로 암표 거래를 막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문제는 정말 쿠팡이 공언한 대로 신분 확인 절차를 엄정하게 실시한다면 만약 티켓 발권 명의자와 티켓 소지자가 다른 경우(티켓을 실물로 거래한 경우) 티켓 소지자(매수인)는 입장이 거부되는데 그러한 입장 거부가 정당하고 그로 인한 피해는 어떻게 구제될 수 있겠는가다.
스포츠 경기 티켓 또는 입장권은 법리상으로 증권적 채권 중 무기명 채권에 해당한다. 특정한 채무자를 지정함이 없이 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에게 변제하여야 하는 무기명 채권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입장권이다. 무기명 채권은 단순한 교부에 의하여 양도의 효력이 발생한다. 선의취득도 가능하다. 따라서 MLB 서울시리즈 티켓을 소지한 자는 티켓의 제시만으로 그 권리를 증명함이 없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 입장할 수 있고 쿠팡 측은 입장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문제는 쿠팡이 암표 방지 대책으로 티켓의 양도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티켓 구매자의 제3자로의 티켓 양도를 금지한 것, 즉 사전에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의 발표를 함으로써 MLB 서울시리즈의 티켓 양도를 제한했다. 아마도 티켓 판매 약관과 티켓상에도 이점을 명시했을 것이다. 관련 법리 그러한 채권양도 제한은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점(민법 제449조 제2항)에 따르면 암표 매수인의 보호의 여지가 있다. 법리로만 따지면 쿠팡의 양도 제한을 알지 못했거나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암표 매수인은 티켓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암표 매수인의 악의 내지 중과실은 쿠팡 측이 이를 주장·증명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판례(대법원 2015. 4. 9. 선고 2012다118020 판결 등)는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는 채권양도금지 특약으로써 대항할 수 없는 자를 ‘선의의 제3자’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채권자로부터 직접 양수한 자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할 이유는 없으므로, 악의의 양수인으로부터 다시 선의로 양수한 전득자도 위 조항에서의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하고, 선의의 양수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위 조항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선의의 양수인으로부터 다시 채권을 양수한 전득자는 선의·악의를 불문하고 채권을 유효하게 취득한다고 판시한다. 즉 암표를 처음 매수한 자가 쿠팡의 암표 거래 반대 의사표시를 몰랐다면 다시 이를 매수한 전득자는 쿠팡의 티켓 양도 제한을 알아도 보호받는다는 것이다.
쿠팡 비회원의 경기 접근권 원천적 차단...자사 이기주의 비판 소지
그러나 이는 법리상의 해법이다. 쿠팡 측이 사전 안내한 대로 그 신분 확인 및 입장 거부가 이뤄지면 실제 현장에서는 입장 거부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질 것이고 입장이 거부될 경우에 암표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분쟁도 발생할 것이다. 쿠팡 측은 예매자 본인이 아닌 경우 티켓은 사전 안내 없이 취소된다고 하나, 취소로 인한 티켓 구매 금액 환불은 최초 티켓 구매자(암표 매도자)에게 환불될 것이므로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분쟁은 불가피하다.
티켓의 무기명채권 법리에 따라서 지시채권의 채무자(쿠팡)는 소지인(암표 매수인)의 전자(암표 매도인)에 대한 인적항변(채무자의 이익에 중대한 관계가 있는 것 이외의 사유)으로 소지인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소지인이 채무자를 해함을 알고 취득할 때에만 대항할 수 있다는 점(민법 515조)에 비추어 보면, 쿠팡의 신분 확인 및 입장 거부 방침은 다소 무리인 측면이 있다. MLB 서울시리즈 암표 거래 방지가 쿠팡의 이익에 중대한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세컨더리 마켓이 합법적으로 규율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무기명채권의 양도성이 원칙적으로 인정되고 암표 매매에 관하여 실무상으로는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시장경제 질서와 사적 계약자유의 원칙을 고려하여 형법상 부당이득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리에 의할 때 무조건 암표 매수인의 입장을 거부한다는 것도 소비자 권익 측면에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특히 티켓 판매를 쿠팡플레이 회원에게만 판매하여 비회원인 야구팬의 구매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의도에 대해서 문제점이 제기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쿠팡 측이 발표한 정책의 재검토 및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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