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포츠에이전트와 선수의 관계, 윈윈 모델이 되어야(대한체육회 소식지 2017-5)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스포츠비전 2018’의 추진전략 중 하나로 ‘스포츠대리인 제도’ 도입이 규정되며 기지개를 편 스포츠 에이전트의 국내 도입이 최근 ‘스포츠대리인 법적 근거 마련 및 육성’이 강조되면서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본격적인 시행을 앞둔 스포츠 에이전트가 올바르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국내 환경의 특성에 맞는 ‘한국형’제도와 기준이 확립되어야 한다.
이제 걸음마를 뗀 한국형 스포츠 에이전트

현재 국내 스포츠에서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가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는 종목은 프로축구뿐이다. 이밖에 골프의 경우, 현장에서 에이전트가 선수의 후원사 유치나 광고 계약 체결 등을 담당하는 것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스포츠계에서 관련 활동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프로야구(KBO), 프로농구(KBL), 프로배구(KOVO) 및 여자프로농구(WKBL)는 내부규정에서 에이전트 조항을 두고 있다. 하지만 외국선수 영입에 비해서 미비한 국내 선수에 관한 규정과 변호사나 법정대리인 등의 자격을 제한하기 때문에 좀처럼 에이전트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반면 프로축구(K리그)는 수년 전부터 국제축구연맹(FIFA)의 단일 규범에 의해 ‘선수 에이전트’ 및 ‘매치 에이전트’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스포츠 에이전트의 법 제도화는 에이전트를 둘러싼 다양한 관계를 예측 가능한 법적 영역에서 규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에이전트 산업의 공정한 경쟁시장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다만 스포츠의 자율성은 보호되어야 하는 점과 외국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의 무분별한 답습이 지양되어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 스포츠계의 문화적 환경을 고려한 이른바 한국형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의 마련이 요구된다.
상하가 아닌 동등한 파트너 관계

선수와 에이전트 간의 법적 분쟁은 해외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다. 이는 선수와 에이전트 사이의 계약이 불안정한 법률관계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른바 선수가 ‘뜨고 나면’ 함께 관계를 맺던 에이전트와 석연치 않게 이별을 하거나 계약 관계 파탄에 따른 법적 분쟁에 들어간 경우가 대다수다. 이 같은 법적 분쟁은 선수와 에이전트 관계의 지속성 측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계약유지를 위한 에이전트의 지위보장과 정당한 사유 없는 일방적 계약 파기의 제한이 필요한 이유이다.
현재 시장 구조가 공급자(에이전트)보다는
소비자(선수)에 기울어진 환경 탓에 에이전트의 기능과 역할이 소위 선수의 ‘집사’로 부각되는 측면도 있다. 에이전트가 담당해야할 선을 넘어 선수의 개인적 일까지 도맡아야 하는 현실이다. 이런 문화는 스포츠 에이전트의 기대 역할을 왜곡하고 역량을 축소시킬 수 있다. 선수와 스포츠 에이전트를 건전한 파트너 관계로 설정,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보장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선수와 에이전트 사이의 법률관계는 이른바 ‘에이전트 계약’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원칙이다. 다시 말해 계약은 선수와 에이전트 사이의 권리와 의무를 설정할 만큼 절대적인 효력을 갖고 있다. 만약 계약의 적용 및 해석에 있어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민법」·「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등이 근거가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사적 자치의 원칙을 존중하면서 에이전트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율이 필요하다.
전문성과 도덕성을 강화하는 모델이 필요

에이전트 제도의 목적은 스포츠 산업의 전문성을 키우고 도덕성을 강화하는데 있다. 전문성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변호사, 회계사 등의 자격증 소지자에 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 보장과 스포츠 산업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는 없다. 다만 도덕성 강화를 위해서는 에이전트의 권리와 의무 사항을 규정하고, 실제 계약체결과 활동에 있어서 그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감독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러한 일들을 담당하고 에이전트의 자격을 부여하는 관리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가가 한국형 법 제도화의 가장 큰 과제이다. 자격 요건과 관련하여서는 등록제와 허가제를 들 수 있다. 전문성 강화와 스포츠 단체의 자율성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종목별로 에이전트 제도를 운영토록 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 반면 경제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전 종목에 통용될 수 있는 에이전트 자격을 마련하고 자격부여와 관리를 하나의 기관 혹은 단체에서 관리하는 통합형 모델이 있다. 일례로 2011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의 ‘스포츠 에이전트 컨퍼런스’에서 스포츠 시장의 급속성장으로 에이전트의 역할 역시 증대됐다며 유럽 내 모든 에이전트 활동을 규율하는 법제의 필요성을 주창한 바 있다.
스포츠 에이전트의 규정 마련과 에이전트 제도를 시행하는데 있어서 스포츠의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또한 지나친 규제 위주의 내용을 마련하지 않기 위해서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선수 인권 보호와 스포츠 산업 육성이라는 에이전트 제도의 가치는 서로 상충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이를 어떤 식으로 조화롭게 녹여낼 지가 관건이다.
스포츠 에이전트의 전문성과 윤리성이 담보되고 공정한 시장질서가 구축된다면 선수의 권익을 보장하고 스포츠 산업을 육성시키는 등 한국 체육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것이다. 다만 그 뿌리가 되어야 할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시행한다고 해도 제대로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프로스포츠 시장을 끈기 있게 육성하고,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한 대책을 세우는 등 충분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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